50대 인생의 브레이크, 클락 디하이츠에서 제대로 당기고 온 후기 (feat. 리츠에이전시)

나이 쉰둘,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팍팍해지더군. 마누라 잔소리 피해서, 동창 놈들 뻔한 술자리 피해서 큰맘 먹고 필리핀 클락으로 3박 5일 탈출을 감행했다. 이번엔 머리 아프게 이것저것 알아보기 싫어서 아는 사장 소개로 ‘리츠에이전시’를 통해서 들어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대접 제대로 받고 왔다. 50대 아저씨의 솔직하고 리얼한 밤낮 여정을 몇 자 적어본다.
1일 차: 인천공항 출발과 황제 같은 도착
인천공항 제1터미널. 오랜만에 여권 케이스 먼지 털어 들고 나오니 가슴이 지글지글 끓더라. 밤 비행기라 면세점 대충 슥 둘러보고 소주 한잔 생각 간절한 거 겨우 참아가며 클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시간 반 정도 날아갔나, 클락 공항에 내리니 후끈한 동남아 특유의 밤공기가 훅 끼치는데 '아, 내가 오긴 왔구나' 싶대.
입국장 게이트를 빠져나가니 내 이름 석 자 딱 박힌 피켓을 든 리츠에이전시 현지 직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VIP 의전 차량(카니발 하이리무진)에 짐 싣고 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생수 한 병 건네주는데, 대기업 임원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공항에서 한 20분 달렸을까, 저 멀리 산꼭대기에 웅장하게 불을 밝힌 힐튼 클락 선밸리 리조트가 보였다.
방에 들어서니 5성급답게 침대 시트 빳빳하고 룸 컨디션이 기가 막혔다. 베란다 문을 여니 저 멀리 클락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한국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벌써 반은 날아가는 기분. 에이전시 직원이 내일 일정 편하게 카톡 주라며 깔끔하게 퇴근하길래, 냉장고에 있는 산미구엘 한 캔 들이키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2일 차: 디하이츠 카지노, 승부사의 시간
아침에 눈 떠서 창밖을 보니 사방이 푸른 골프장 녹지라 눈이 다 시원하더라. 힐튼 조식으로 든든하게 배 채우고, 드디어 본 게임을 위해 호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디하이츠 카지노로 향했다.
에이전시 실장님이 미리 VIP 정켓 룸으로 자리를 세팅해 놔서 복잡한 일반 객장 안 거치고 바로 쾌적하게 입장했다. 담배 연기 찌든 쾌쾌한 동네 카지노 생각하면 오산이다. 층고도 높고 인테리어도 번쩍번쩍한 게 스케일이 다르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대접받으면서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엔 가볍게 보다가 바카라 테이블 뱅커, 플레이어 줄 타기 시작하는데 손바닥에 땀이 쫙 나더군. 50대 아저씨들 특유의 '촉'이라는 게 있지 않나. 리츠 실장이 옆에서 스코어카드 같이 봐주면서 바람도 잡아주고, 흐름 끊길 때쯤 타이밍 좋게 쉬어가자고 조언해 주는데 아주 든든했다. 중간에 '촉'이 딱 와서 구십만 원짜리 베팅 한 판 먹었을 때는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지는데, 이 맛에 다들 필리핀 오는구나 싶었다. 한 대여섯 시간 정신없이 당기고 나니 지갑도 두둑해지고, 슬슬 밤 문화가 궁금해지기 시작하대.
3일 차: 밤의 황홀경, 클락의 유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리츠 실장이 안내한 로컬 고급 식당에서 알리망오(민물게) 요리에 타이거 새우로 소주 한잔 걸치고 나니 몸에 열이 올랐다. 실장 놈이 은근한 눈빛으로 "사장님, 오늘 밤은 클락에서 가장 수질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길래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지.
앙헬레스 워킹스트리트 쪽에 있는 유명 KTV와 JTV를 넘나드는데, 확실히 에이전시 빽이 좋긴 좋더라. 제일 좋은 룸으로 웨이팅 없이 다이렉트 입장. 문이 열리고 20대 초중반의 앳되고 이국적인 바바애들이 줄지어 들어오는데,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보고 배웠는지 애교 섞인 한국말로 널부러지게 "오빠, 오빠" 하는데, 한국에서 대접 못 받던 50대 아저씨 감성이 여기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중에서 눈매가 선하고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친구 놈을 옆에 앉히고 잭다니엘에 말아서 연거푸 마셨다. 가라오케 마이크 잡고 오랜만에 90년대 발라드 좀 뽑아주니 분위기가 아주 달아오르더군. 2차로 리조트 복귀해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은밀하고 화끈한 시간은... 허허, 남자들끼리 긴 말 안 해도 알 거라 믿는다. 십 년은 젊어진 기분이었다.
마지막 날: 아쉬운 마무리와 복귀
마지막 날은 에이전시 서비스로 필리핀 전통 전신 마사지 2시간 코스로 몸을 풀었다. 카지노 테이블에 앉아 있느라 뭉친 어깨며, 밤새 과음하느라 찌든 피로가 손길 한 번에 스르륵 녹아내리대. 공항으로 돌아가는 하이리무진 안에서 리츠에이전시 실장 손을 꽉 잡았다. "덕분에 황제처럼 잘 놀다 간다"고 팁 좀 찔러주니, 다음에 오면 더 기가 막힌 코스로 모시겠단다.
50대 아저씨들, 맨날 집-회사-골프장만 반복하면서 인생 무료하게 살지 말고, 일 년에 한두 번은 이런 일탈이 필요하다. 돈 몇 푼 쓰는 보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클락 디하이츠와 힐튼, 그리고 리츠에이전시의 조합은 백점 만점에 이백점이었다. 조만간 쩐 좀 더 챙겨서 다시 비행기 표 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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